유정섭 신보 전력인프라부문 사장
“전력인프라부문 신설로 전력망 호황기 선제적 대응”
지위로 사업참여 추진…2~3년 내 가시적 성과”

전기 전문건설기업 신보가 전력인프라 수요 확대 추세에 발맞춰 전기·통신공사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전력인프라부문을 신설, 전력망 시장 호황기에 대비한 선제적인 대응 태세를 갖췄다.
유정섭 전력인프라부문 사장은 “올해 전력인프라부문에서만 지난해보다 30% 정도 수주액을 증가시키는 게 목표”라며 “앞으로 2~3년 후에는 수천억원대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과 기술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유 사장을 만나 신보 전력인프라부문의 설립 배경과 사업전략, 비전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우선 전력인프라부문이 신설된 배경이 궁금하다.
“전력인프라 공사를 수행하는 여러 건설업체 중 전기를 전문으로 시공하는 신보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신보는 전기 전문 건설사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다수가 전력인프라 관련 설비나 제조 기업에 주목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려면 시공전문 기업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송배전망, 변전소, 발전소 연계 공사가 전력공급망의 핵심인데, 신보는 이 영역에서 53년의 업력이 말해주듯 확실한 기술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중견기업이기 때문에 하도급법에 따른 보호는 받지 못하고 있다. 경쟁력을 이미 갖춘 중견기업답게 사업개편을 고민해오다 전력망 사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전력인프라부문을 신설하게 됐다.”
▶전력인프라부문의 수장을 맡게 됐다. 어떤 각오를 갖고 있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정말 뿌듯한 일이다. 그동안 함께한 직원들이 생각나고 만감이 교차한다. 2000년대 중반 전력망 사업을 진행했던 적이 있지만 당시는 시장이 덜 성숙된 상태였다. 시간이 흘러 2019년부터 전력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한전뿐 아니라 민간 송배전 공사도 늘어났다.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전력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시장이 훨씬 커졌고 충분히 우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신보에서 어떤 업무를 맡아왔나.
“2000년에 신보에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직원 규모는 30명 정도에 불과했다. 인사 총무 등 관리업무를 포함해 산학연대 홀로그램 개발 사업, SI 등 신규 사업을 발굴하러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러다 그룹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공사영역에 더욱 집중하자는 방침을 세웠고 2007년부터 송배전 공사 업무를 담당해왔다. 그러고 보니 송배전 분야를 전문적으로 맡아 온 게 거의 20년이 됐다.”
▶냉정하게 전력인프라 분야에서 신보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시공은 단연 톱이라고 생각한다. 매출이든 기술력이든 우리가 톱클래스다. 전력인프라는 일종의 틈새시장이다. 토목 관점에선 미미하고 전기로 보면 기간망 사업이기 때문에 중요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그동안 신보가 쌓은 레퍼런스는 단연 1위인데, 다만 지금까지는 하도급 부문에서 넘버원을 지켜왔다. 이제는 하도급 틀을 벗어나 시장 메이저 건설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 목표다. 그동안 뱀의 머리였다면 용 대열에 합류하는 셈이다. 2~3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력인프라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AI,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노후전력망 교체 등이 맞물리며 전 세계적으로 전력인프라 시장은 호황기를 맞고 있다. 특히 미국에선 노후 인프라 교체와 신재생에너지·전기차 확산 등으로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알려진 대로, 미 하원은 향후 8년에 걸쳐 총 1조2000억달러를 투입하는 ‘초당적 인프라 프레임워크’를 통과시켰다. 전력망 개선에 대한 관심은 국내 전력인프라업계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투자확대와 관련 산업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 특히 전력망확충법은 정부가 송전선로 확충을 지원해 전력 생산에 속도를 내도록 도울 전망이다. 전력망 건설사업 인허가 절차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약 4.4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0차 계획에서 예상한 1.4GW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를 종합하면, 신규 송전망과 변전소 공사 수요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도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수요 증가, 탄소중립 가속화 등을 고려하면 전력망 보강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신보는 50년 넘게 전력망 공사를 수행해왔다. 향후 사업전략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신보는 154kV, 345kV 송전망과 배전망 위주 공사를 수행해왔다. 판교 택지 전력구, 지중화 공사, 광양 T/L, 고양 삼송 택지 지구 등 굵직한 현장이 많다. 지금도 송배전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던 2006년 판교 택지 전력구 공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신보는 무엇보다 ‘인재중심’ 경영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송배전 공사는 한전의 전력인프라 설계기준과 시공기준을 만족시키고 이에 특화된 기술력이 곧 시공경쟁력이다. 신보는 전력토목만의 특성을 수행해 온 풍부한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경우는 지금도 3개 현장에서 전력인프라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대형 건설기업에 비해 유연하고 빠른 의사결정과 맨파워, 기술력 등을 앞세워 앞으로 전력망 사업에서 JV(조인트벤처) 지위로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기존 건설사와 경쟁하는 구도는 결코 아니다. JV 형태로 참여하는 사업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신보 전력인프라부문의 단기적 목표와 중장기 비전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도 궁금하다.
“일단 올해 목표는 수주 60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30% 성장한 수치다. 2~3년 뒤엔 2000억~3000억원대로 갈 수 있다. 하도급을 벗어나면 금액이 2배 3배 확대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하도급 섹터에서 메이저 섹터로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인력이 제일 중요하다. 공법에 맞는 장비와 맨파워를 보유할 수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현재 인력보강을 엔지니어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엔지니어 기준으로 40명 정도를 꾸릴 예정이다. 예를 들면 호남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하는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사업은 대부분 터널로 진행된다. 공법도 기존의 전기공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인력과 기술은 필수요소다.”
▶어떤 조직관리 철학을 가지고 있나.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이 듣는게 우선이다. 4를 말하면 6을 들으려고 한다. 후배들이 스스럼 없이 제안하고 요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전문성과 창의성도 늘 강조한다.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라고 보기 때문이다. 개인적 목표도 전력인프라부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의 구성원들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우리의 목표점까지 함께 가는 게 개인적 소망이다.
신보의 전력인프라부문 신설은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매년 전기 전문건설기업으로 성장해오면서 시장 흐름에 맞춰 전력인프라망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시도한 변화다. 전기·통신 1위 기업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술과 인력 등 본원적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겠다.”
|